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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서류 쓰던 날 아직도 생각나네요.

P

Paul

1시간 전 · 조회 178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씁니다.


이혼한 지 2년 됐는데
가끔 그날 생각이 나요

이혼 서류 쓰려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 번호 오기 전에 등본 떼러 온 아저씨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아저씨 볼일 다 보고 나갈 때까지도 우리 번호가 안 불렸어요

그게 왜 기억에 남는지 모르지만 ㅋㅋ
그냥 그 아저씨는 볼일 보고 나가고
우리는 거기서 10년을 끝내고 있었죠

서류 쓰는 건 10분도 안 걸렸어요.
공무원분이 확인하고 처리됐습니다 하는데
저는 참 뭔가 싱숭생숭 하다?

어쨋든 처음 드는 감정이였어요.

나가려는데 아내가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 하자고 했어요.

솔직히 아 따로 할말이 있구나 어차피 안좋은 말이겠구나 생각해서 안가려고 했지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따라갔어요.
구청 앞 카페 들어가서 아메리카노 시키고
둘 다 아무 말 없이 창밖 봤어요.

저는 그때 맞은편 빵집 간판 글씨체가
왜 저렇게 생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진짜로 ㅋㅋㅋ
10년 결혼생활 끝낸 날에

아내가 컵 두 손으로 감싸고 저 보더니

나한테 힘들다고 말한 적 있어? 살면서

제가 고민을 2분? 생각해봤어요

없더라구요..

결혼하고 10년 동안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집에 오면 그냥 별일 없었어
아내가 요즘 힘들어 보여 하면
아니 괜찮아 하고 TV 봤어요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맨날 그랬어요
남자는 내색하는 거 아니라고

아내한테 한 번도 나 요즘 좀 힘들어 이런 고민을 말한적이 없었어요
진짜 한 번도요...

아내가 말했어요

나는 네가 기쁜지 슬픈지 10년 동안 몰랐어.
당신 표정 읽으려고 내가 얼마나 눈치를 봤는지 알아?

그 말 듣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요.

왜냐면 저는 아내 사랑했거든요
그냥 표현을 안 한게 아니라
표현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어요

아내가 10년 동안 제 표정 읽으면서 살았다는데
저는 그걸 지금 이혼 도장 찍고 커피 마시면서 처음 알았어요.

아내가 가방 들고 일어나면서

나 오늘 많이 울것 같아. 먼저 갈게. 라고 하면서 먼저 갔어요

저는 차에서 한참 있었어요
출발을 못 하겠는 거예요

아내가 10년 동안 제 눈치를 봤다는 것
근데 저도 사실 엄청 외로웠다는 것
그걸 저도 지금 알았다는 것

같은 집에서 같이 밥 먹고 잠들었는데
둘 다 각자 외로웠던 거예요.

그게 좀 어이가 없고 웃긴데 서글프고 참 ㅋㅋㅋ

딱히 결론은 없어요.
잘못이 누구한테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근데 요즘은 누가 힘들어 보여 하면
편한 사람에게는 말해요

40 넘어서 처음 해보는 말인데
이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싶기도 하고.

암튼 잠이 안 와서 써봤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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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골퍼·1시간 전

아고..... 표현을 좀 하시지..